김철규(79·왼쪽) 육군7사단 16포병대대 참전용사가 6·25전쟁 중인 1953년 7월 포 사격 중 잠시 사진을 찍고 있다.
육군7사단 16포병대대 장병들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8월 학생들이 보낸 위문품인 수건을 목에 두르고 위문 편지 를 읽고 있다. 왼쪽부터 박기병·성기혁·박진화·이상훈·홍성린·천창규 참전용사.
7사단 16포병대대 참전용사 참전기 책자 제작 부대 역사·후배 군인에게 전하는 교훈까지 생생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났을 때 중학교 2학년 16살 젖비린내 나는 학생이 자진 입대하겠다고 했다. 모병관이 다음에 커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울며 입대하겠다고 하면서 30여 명을 데리고 함께 입대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이석근 육군 6사단 16포병대대 사격 지휘병·81세)
“군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있어야 한다. 군은 사기가 충만해야 잘 싸운다. 지휘관은 항상 부하를 내 자식 내 형제처럼 사랑해 줘야 한다. 지금의 평화는 공짜로 온 것이 아니다. 선열들의 피와 땀이다.”(홍성린 16포병대대 1중대 공급계·83세)
“군인정신은 굳은 신념에서 나온다. 인명은 재천이다. 최선을 다해 필사의 노력을 하면 총알도 피해간다고 믿는다. 이것은 실제 6·25전쟁을 통해 얻은 신념이다.”(정일섭 16포병대대 통신병 측지반·80세)
9일 이른 아침 80세의 노병이 국방일보를 찾아와 한 권의 책자를 내보였다. 갈수록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옅어지고 있는데 “이처럼 군인정신이 투철한 현역이 있다”면서 “한번 소개해 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강원 양구가 고향인 이 어르신은 춘천사범학교 3학년 졸업반 때 6·25전쟁이 나자 학도병으로 자원 입대한 박기병(80·위 왼쪽사진) 참전용사다. 박 씨는 육군 6사단 16포병대대 무전병으로 생사를 넘나들며 전장을 누볐다.
박 씨는 나라를 위해 북한군·중공군과 맞서 싸웠던 선배들의 전사와 역사, 기록을 생생히 알리고 남기고자 ‘대한민국을 구한 춘천대첩 영웅, 16포병대대’를 책자를 펴낸 육군 7사단 16포병대대장을 칭찬했다. 48년 11월 창설된 16포병대대는 전쟁 당시 6사단에서 50년 12월 7사단으로 그 편제가 바뀌었다.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6포병대대장을 지낸 김병선(46·학군 28기·위 오른쪽사진) 중령이 바로 이 책을 펴냈다. 김 중령은 현재 합참 군수계획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 중령은 “16포병대대장으로 부임한 이후 부대의 뿌리를 찾던 중 48년 11월 20일 대한민국 포병 첫 창설부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서 “6·25전쟁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춘천지구 전투에서 대한민국 국군이 첫 승리를 거뒀는데도 이렇다 할 대대의 역사 자료가 없어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던 중 김 중령은 춘첩대첩 재연행사를 준비하면서 춘천대첩 선양회와 16포병대대 학도병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김 중령은 “대대장으로서 아니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6·25전쟁 당시 국가의 존망이 위태로울 때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구한 ‘구국의 전투’ 춘천대첩의 영웅인 참전용사들의 한을 달래드려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됐다”고 책자를 낸 배경을 설명했다.
김 중령은 참전용사들이 기억하고 있는 전투 경험과 소중한 자료들을 남기고자 시작했는데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난 이제서야 책자를 내게 돼 송구할 따름이었다. 참전용사들에게 조금이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됐다.
김 중령은 “춘천지역에 사는 참전용사 중 현역으로 참전하신 노병이 있다고 해서 찾아뵀는데 치매를 앓고 있어 많은 얘기를 들을 수 없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 전역을 했는데 전쟁이 터졌다는 소리를 듣고 16포병대대에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어 5일 동안 밤낮으로 걸으면서 물어물어 홍천에서 대대로 귀대해 전쟁에 참전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우리 후손들이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정신과 충성심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중령이 3년에 걸쳐 발로 뛰어 만든 이 책자는 205쪽에 걸쳐 16포병대대 역사와 참전용사 비망록, 춘천대첩 재연행사가 자세히 실렸다.
6·25 개전 초 한국군만으로 승리한 첫 전투이며 한강 방어선을 구축하며 연합군 증원시간을 확보해 준 50년 6월 25~27일 ‘춘첩대첩’에 대한 상세한 전사도 기록했다. 포병의 역사에서부터 노병 15명의 참전기와 참전 당시 사진, 편지, 주소록, 후배 군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까지 수록했다.
강원 춘천에서 직접 책을 들고 온 노병 박 씨는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민족은 자멸한다는 교훈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싫든 좋든 뿌리를 찾고 역사를 기록하며 선후배들의 희생정신에 감사할 줄 아는 군인이 있는 한 우리 군은 건강하고 강한 군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리 군에서는 부대 역사와 전통, 피땀 흘려 싸운 선배 전우들의 발자취를 기리기 위한 부대 역사관과 역사책을 만드는 부대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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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김철민8503경북
2013.03.14 13:29
자랑스러운 나의 부대에 깃든 역사를 김병선 중령님을 통해 CP실에서 설명을 들었었는데 아~ 그 역사의 내용이 책으로 보급되었군요?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손은석9705서울
2019.03.06 18:18
선배님. 요새 잘 지내십니까?
손은석9705서울
2013.03.17 17:33
16포병대대가 처음에는 춘천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6사단에 있었지요. 임부택 중령의 7연대가 춘천대첩을 승리로 이끌어 적의 침공을저지했습니다.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아직까지고 연락하고 지내고있죠 대대장님은 저의 아버지같은 존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