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75주년을 맞이하여 대학생 120명이 휴전선을 따라 걷는 7박 8일의 안보 대장정에 나섰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가 주관하고 국방부, 국가보훈부 등이 후원하는 제15회 대학생 국토대장정은 6월 23일부터 6월 30일까지 동부전선 최북단인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서부전선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이르는 긴 여정으로 진행됐다. 제3기 향군 대학생 기자단으로서, 7박 8일 동안 국토대장정을 동행 취재해 2회에 걸쳐 그 발자취를 전하고 있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안보 현장
4일 차인 6월 26일, 대원들은 이른 아침 제8전투비행단에서 출발해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을 지나 강원 화천군 백암산 케이블카로 이동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 백암산 전망대에서 대원들은 조금옥 화천군 문화관광 해설사님의 백암산 및 인근 시설들의 해설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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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님은 "북한이 임남댐에서 예고 없이 물을 방류하면 서울까지 잠길 수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평화의 댐을 건설했으며, 날이 맑으면 이곳에서 금강산과 북한군 GP, 임남댐 등을 모두 볼 수 있다"라고 설명하셨다. 설명이 끝나고 "하필 오늘은 날이 흐려 임남댐과 평화의 댐, GP 모두 보이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원들이 많았다.
전망대에서 내려온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평화의 댐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평화의 댐은 1987년 북한의 금강산댐 건설에 따른 홍수 예방을 위해 건설된 댐으로, 북한의 예고 없는 방류로 인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평소에는 물을 가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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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견학을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육군 제7보병사단 칠성부대 신병교육대대에 도착했다. 연병장에서 육군 병사들이 사용하는 장비를 직접 체험하는 장비 체험이 진행됐다. 대원들은 텐트, 군복, 권총, 박격포, 저격총 등을 직접 만져보며 사진을 찍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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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대원들은 강당으로 모여 김효성 육군 인재 선발 홍보 부사관의 육군 홍보 강연을 들었다. 김 부사관님은 "현재 대학생이신 대원 여러분들은 졸업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으실 것이다. 이에 대한 하나의 길을 열어드리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라며 육군 장기 복무 시 군인연금, 의료 혜택, 할인 혜택, 주거 혜택 등 각종 혜택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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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후 대원들은 생활관으로 복귀하여 내일 있을 약 10km 행군을 위해 재정비와 휴식을 취했다.
ROTC(학군사관) 후보생이자 경기대학교 화학과 재학생 황시윤(22)은 "입영 훈련에 들어가기 전 행군을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참가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의 댐을 보게 되었을 때, 말과 미디어로만 접했던 것을 실제로 보게 되어 신기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포기를 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여기서 포기하기엔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힘을 얻게 되었다."라며 대장정 완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빗속의 행군, 파로호를 지나 붕어섬까지
5일 차인 6월 27일, 아침 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강원 화천군 파로호 안보전시관으로 이동했다. 파로호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무명용사들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자유 수호 희생자 위령탑에서 참배를 마친 대원들은 전시관으로 들어가 신광태 민간 해설사님의 파로호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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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는 원래 한번 날갯짓을 하면 구만리를 날아오르는 대붕의 모습과 같다 하여 '대붕호'라고 불렸는데, 6.25 전쟁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중공군 3만을 수몰시킨 파로호 전투의 승리를 높히 사 '깨트릴 파'에 '오랑캐 로'를 합쳐 '파로호'라는 명칭을 하사했다.
호차별로 나뉘어 점심식사를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화천 딴산유원지로 이동했다. 딴산유원지에서 붕어섬까지 약 10km를 걸어야 하는 일정인 만큼 몸이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단장님과 군필자 주도로 국군 도수체조를 실시한 후 해병대 화천지구전투 전적비까지 행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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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계획은 딴산유원지~붕어섬까지 버스 탑승 없이 전체 행군이었으나, 전적비~미륵바위 구간에 인도가 없어 부득이하게 버스를 타고 미륵바위까지 이동했다.
미륵바위에서 내린 대원들은 곧바로 붕어섬까지 행군을 이어갔다. 행군 시작 전 '붕어섬에 커피차를 불러놨다'라는 스태프분의 말에 전 대원이 환호하며 지친 기색 없이 나아갔다.
붕어섬에 도착한 대원들은 커피차에서 커피와 음료를 마시며 짧은 휴식을 가졌으며, 버스가 있는 논미삼거리까지 마지막 행군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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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육군 제15보병사단 승리부대로 이동한 대원들은 강당에서 부대 홍보 영상을 시청한 후 생활관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중앙대학교 공간연출학과 재학생 김승호(25)는 "대한민국 분단에 대한 인식을 고찰하는 주제로 졸업 작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번 대장정을 통해 직접 현장을 걸으며 보고 듣는 경험을 통해 분단의 현실과 다양한 시선을 체감하고자 참여하게 되었다."라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이어 "파로호 안보전시관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인상 깊었다. 파로호라는 이름의 유래가 된 전투의 의미가 어제 다녀온 평화의 댐 이야기와 이어지며, 6·25전쟁 막바지에 우리 정부가 지키고자 했던 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넘어, 전투와 전쟁의 의미를 깊이 있게 성찰할 수 있어 뜻깊었다."라는 5일 차 일정 소감과 함께 "내일 방문할 제2땅굴과 두루미평화관부터 공작새 능선 전망대까지의 도보 일정이 기대된다. 분단의 현실을 보다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 숙소로 돌아온 뒤 조원들과 함께 서로의 생각을 나눠보려 한다."라며 내일 일정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백마고지전적비와 남방한계선, 빗속 묵념
6일 차인 6월 28일, 아침 식사를 끝낸 대원들은 강원 철원군 제2땅굴로 이동했다. 제2땅굴은 북한군이 남침을 위해 착굴한 땅굴로, 총 길이 3.5km에 달하며 1시간에 약 3만 명의 병력을 이동시킬 수 있는 대규모 땅굴이다.
견학이 가능한 500m 지점까지 향한 대원들은 안전모를 썼음에도 높이가 1.5m가량 되는 구간이 있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했고, 답답함을 호소하며 견학을 포기하는 대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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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대원들은 철원 평화전망대로 이동했다. 날이 맑으면 DMZ와 북한 지역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지만, 도착하자마자 내린 폭우로 우리측 초소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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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 배치된 지형 축소판을 보며 대부분의 대원이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북한과 굉장히 가까운 곳이구나"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게 매우 아쉽다."라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전망대 견학을 마친 대원들은 전망대 인근에 있는 월정리역에 도착하여 기념 촬영을 한 뒤 구 노동당사로 이동했다. 대원들은 구 노동당사를 바라보며 "철원이 6.25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으며, 노동당사는 김일성이 북한 내 반공주의자들을 끌고 가 고문하고 학살했던 장소"라는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었다.
백마고지전적비로 이동한 대원들은 그룹별로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었다. 해설사님은 "전적비로 올라가는 길 양옆에 있는 자작나무는 6.25전쟁을 연상할 수 있게 625그루가 심어져있으며, 전적비 맞은 편에는 화살머리고지에서 발견된 탄피 등을 녹여서 만든 평화의 종이 위치해있다.", "전적비 옆에 있는 태극기는 총장 50m로,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을 연상케 함과 동시에 북한 주민 중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이것을 보고 넘어오라는 의미도 담겨있다"라고 설명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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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백마고지 전투에서 뜨겁게 산화된 청춘들의 영혼을 추모하기 위해 묵념했다.
그 뒤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59통문으로 향했다. 59통문은 남방한계선 바로 옆을 걸을 수 있는 곳으로, 동행하신 해설사님의 해설을 들으며 58통문까지 행군했다.
해설사님은 "철책선 너머에 유해가 있어 만나 뵈러 가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무연고 분묘가 24구가 존재한다. 또한 북한군 초소와 1k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위험지역은 혹시 모를 위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철조망을 다른 지역보다 1겹 더 쳐서 4겹으로 방비해 놓았다."라고 설명하셨다.
58통문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백마고지역에 도착한 대원들은 철원수도국터 급수탑을 지나 율이사거리 인근까지 약 4km 구간의 행군을 이어 나갔다. 비가 계속 내려 질척이는 진흙 바닥에 웅덩이까지 피해야 해 평소보다 행군 속도가 느렸다.
행군을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경기 포천 제6보병사단 청성부대 신병교육대에 도착하여 식사 후 조별 활동 및 개인 정비를 마쳤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부 재학생 권민재(28)는 "올해 9월에 해군 학사장교로 입영을 앞두고 있는데, 동부전선부터 서부전선까지의 전적지 탐방은 특별한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하게 되었다."라며 참가 계기를 밝혔고, "비가 내려서 행군이 쉽지 않았지만, 조원 모두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갔다. 고비가 여러 번 왔지만, 그때마다 조장과 조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조 전체의 사기를 북돋았다. 남자도 힘들 수 있는 상황에서 여성 대원들이 묵묵히 완주해 줘서 감사한 마음과 함께 존경스러운 마음도 들었다."라며 6일 차 일정 소감을 전했다.
#애기봉까지 이어진 청춘의 발걸음
7일 차인 6월 29일, 아침 식사를 빠르게 마친 대원들은 버스를 타고 경기 파주시 장산교 인근에서 하차하여 임진강역까지 약 3.3km를 행군했다. 새벽까지 내린 비로 인해 도로에 웅덩이와 진흙이 많아 행군 속도가 더뎠고, 날씨도 덥고 습해져 대원들은 평소보다 지친 모습이었다.
임진강역에 도착해 30분가량 주어진 자유시간에 일부 대원들은 임진강역 옆에 있는 임진강 평화랜드로 가 단체 사진을 찍고 바이킹을 탑승하는 등 대학생다운 낭만을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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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대원들은 경기 파주 애기봉 평화 생태공원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조강 전망대를 관람했다. 날이 맑으면 망원경으로 북한 주민이 이동하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비는 그쳤지만, 먹구름이 짙게 깔린 탓에 망원경으로도 북한 일대를 확인하기 힘들었다.
경기 화성 덕산스포텔로 이동한 대원들은 강당에서 조별 소감문을 발표했다. 대원들은 "분단의 현실과 평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던 값진 경험", "수많은 영웅을 만나며 분단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고, 국군장병들의 헌신을 알게 되었다", "우리 모두가 평화의 파수꾼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 "평화는 지켜야 할 가치이며, 안보는 모두의 일"이라는 키워드로 7일간의 경험을 3분이라는 찰나의 순간에 녹여냈다.
마지막 밤을 기념한 삼겹살 파티 후 강당으로 자리를 옮겨 장기자랑을 즐겼다. 춤, 군가, 퍼포먼스, 뮤지컬, 영상 등 각자 다양한 장기를 뽐내며 마지막 밤을 뜨겁게 물들였다. 1등은 7일간의 에피소드를 영상으로 제작한 12조, 2등은 7일간의 에피소드를 패러디하며 뮤지컬 '영웅'의 노래 '누가 죄인인가'를 부른 4조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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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ERICA 교통물류공학과 재학생 문규진(26)은 "반복적인 일상에 지쳐 일상의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재충전을 위해 참가하게 되었다"라고 참가 계기를 밝혔고, "애기봉 전망대에 있는 해병대 전적비에 헌화했는데, 해병대 출신으로서 선배 해병님들의 희생정신에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일정 소감을 말했다.
#8일의 발걸음에 마침표를 찍다
마지막 날인 6월 30일, 대원들은 아침 식사 후 경기 오산시 유엔군 초전기념관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는 특별히 60명의 한·미 장병들이 합류했고, 유엔군 초전기념비에서 참배했다. 유엔군 초전기념비는 6.25전쟁 당시 파병된 유엔군이 북한군과 벌인 첫 전투를 기념하고 희생 장병을 추모하기 위해 건립된 기념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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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 서해회관으로 이동한 대원들은 그곳에서 점심 식사 후 천안함 46용사 추모비에서 희생자 추모를 위해 묵념했다. 그리고 추모비 왼편에 위치한 반파된 천안함 선체를 보며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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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관람을 마친 대원들은 제2함대 충무관으로 이동하여 해단식을 진행했다. 개인 사정으로 도중하차한 2명을 제외하고 7박 8일의 긴 여정을 마친 99명의 대원은 수료증과 완주 기념 군번줄을 받았다.
해단식이 끝난 뒤 대원들은 서울과 대전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기 전 아쉬움이 가득 담긴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자유전공학과 재학생 조한나(21)는 "지금 도전하지 않는다면 내 인생에 다시 못 올 기회일 것 같아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하며, "7박 8일간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주변 친구들의 도움과 응원으로 끝까지 완주했다. 일정 중 컨디션 난조로 걷지 못했을 때가 있었는데, 조원들과 함께 걷지 못한다는 생각에 죄책감이 들었고, 참고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남는다."라는 완주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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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 일정 중에서는 천안함을 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반파가 된 선체를 보니 마치 15년 전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마음이 아파왔다. 우리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46명의 용사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라며 8일 차 일정 소감을 전했다. (konas)
향군 대학생 인턴기자 주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