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만든 '아버지의 역사'
칠성소식

온 가족이 함께 만든 '아버지의 역사'

80대 한인 변덕인씨 회고록 '소년 병사' 출간
부인·3자녀 가족들이 힘 모아 8년만에 빛 봐

소년 병사 변덕인(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씨와 부인 박화용씨, 장남 변영수씨가 함께 자리했다. 둘째 변영철, 딸 변혜현씨는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고 있어 통화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책 표지 사진은 한국전쟁 2개월 전인 1950년 4월에 촬영한 당시 중학교 2학년 15세 변덕인씨의 모습이다.

소년 병사 변덕인(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씨와 부인 박화용씨, 장남 변영수씨가 함께 자리했다. 둘째 변영철, 딸 변혜현씨는 라스베이거스에 거주하고 있어 통화로 인터뷰를 대신했다. 책 표지 사진은 한국전쟁 2개월 전인 1950년 4월에 촬영한 당시 중학교 2학년 15세 변덕인씨의 모습이다.

"아버지가 오랜 세월 동안 글을 쓰신다며 수많은 원고지에 쓰고 지우실 때… 나는 그저 끝나지 않은 6·25 트라우마라고만 생각했다. (중략) 10년만 더 일찍 이 회고록을 완성했다면 내가 아버지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었을 텐데…."

변덕인(83세)씨의 회고록 '소년 병사'의 서문에 남겨 있는 막내 딸 변혜현씨의 소회다. 

중학교 2학년 15세의 나이로 입대, 한국 전쟁 당시 '소년병'으로 시작된 아버지의 인생을 함께 정리한 딸의 사랑이 묻어나 있다. 막내 딸 뿐만 아니라 큰 아들 변영수씨, 작은 아들 변영철씨, 부인 박화용씨까지 모든 가족이 이 회고록을 힘모아 응원했다. 한마디로 가족들이 함께 만든 '아버지의 역사'다. 

부인 박화용씨는 "너무 어릴 때부터 전쟁을 겪어서인지 남편은 자다가도 총소리에 놀라 깨어나기도 하고 수류탄을 던지고, 죽고 죽이는 악몽에 계속 시달렸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 때부터 변덕인씨는 훨씬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고 전한다. 가족들은 "책을 쓰면서 악몽을 다 쏟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변덕인씨는 이 책을 내기 위해서 8년간이나 글을 썼다. 시작할 때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서 쓰기 시작했지만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로 넘어오게 됐다. 그래서 책에는 '아버지'에 대한 챕터가 따로 있다. 큰 아들 변영수씨는 "이 책을 통해 할아버지의 삶도 잘 알게 됐고, 아이들에게도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회고록이 온 가족을 하나로 묶고 있는 셈이다.

변덕인씨는 1950년 한국전쟁에서 소년병사가 됐다. "15살이었는데 앞뒤 영문도 모른채 입대했다"는 변씨는 군번이 없는 학도병과는 다른 정규 병사다.

변씨는 전쟁이 발발한 그해, 1950년에 제1훈련소 7교육대(대구)에서 4주, 7사단 현지 하사관교육대(분대장 요원)에서 4주간 교육훈련을 마치고 이등병에서 하사(상등병)로 특진했다. 1951년 3월엔 3연대 6중대 부분대장에서 8월 분대장이 됐다. 변씨는 "아마 미성년(15세)의 나이로 한국전쟁에서 현역 전투 분대장으로 싸운 사람은 나밖에 없을텐데…세계적으로도 아주 드문 사례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회고록 '소년병사'에는 1950년 입대 후 1976년까지 사병 10년, 장교 16년, 소령으로 예편할 때까지 삶의 이야기와 부친의 이야기, 간간이 써왔던 시와 소설까지 담았다. 

한국전쟁, 베트남참전, 전쟁 중에 다시 만난 첫사랑의 모습까지 담담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군에 만연했던 부정과 부패에 대한 비판과 정의를 향한 격정적인 토로도 남겨져 있다. 동작동 현충원 경비대장 시절, 베트남 전쟁에 영현관리 장교로 참전하며 봤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또 입소했던 육군 1교육대에서 회고는 전우들과 함께 했던 15세 소년의 감성과 기억도 애잔하게 묻어난다.

책 전체는 자신의 기억과 자료들을 참고하며 '한국 전쟁사'라고 할 만큼 꼼꼼하게 기록됐다. 

인터뷰 말미에 변덕인씨는 문득 옆을 보더니 "이 사람 말이죠, 참 좋은 사람이에요. 친하게 지내도 좋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장남 변영수씨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이 책은 가족들의 깊은 신뢰와 가득한 사랑이 만들어낸 회고록 '소년 병사'다. 또 아버지의 한국전쟁 트라우마를 가시게 한 힐링 역할도 했다.

제작을 도운 중앙A&D의 이정민 팀장은 "온 가족의 응원으로 아버지의 역사가 기록되는 순간이 감동적이었다"며 "한인 이민 가족들 모두 한 두 가지의 극적인 순간과 가족의 역사가 있는데,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을 도와 보람이 컸다"고 덧붙였다. 

▶문의: (213)368-2661

Comments

번호 포토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052 은평구, 6·25전쟁 참전유공자 유족에게 무공훈장 전수 댓글+1 칠성 04.29 15
1051 박군 특전사·임영웅 백골·장민호 청성·성리 열쇠...아이돌 군면제 논란에 군필 트로트 가수 눈길 칠성 04.29 18
1050 학도병 故 주영진 일병 75년 만에 귀환 댓글+4 칠성 04.25 44
1049 고 안석묘 참전용사 유족에 '화랑무공훈장' 전수 댓글+2 칠성 04.15 73
1048 서울 아파트 공사장서 6·25전사자 추정 유해 2구 발견 댓글+5 칠성 03.26 184
1047 휴전 이틀 남기고 산화한 20세 국군 용사…70여 년 만에 가족 품으로 출처 : https://www.se… 댓글+3 칠성 03.26 182
1046 군부대 관사에 공동육아나눔터 2, 3, 4호점 개소 댓글+1 칠성 03.18 145
1045 칠성전망대에서 펄럭이는 국기와 유엔기 댓글+4 칠성 03.04 194
1044 ‘중증외상센터’ 원작자, 화교 의혹에 폭발 “이걸 해명해야 되나?” 댓글+2 칠성 02.18 190
1043 [3·1절 건강달리기대회] 7사단 군사경찰대대 “전우애 다지며 힘찬 레이스” 댓글+1 칠성 02.18 243
1042 이상 징후 탐지 3분만에 출동… 진지 점령하고 철책 정밀점검 칠성 02.04 261
1041 軍 초급간부 기본급 5.0∼6.6% 인상, 시간외근무수당도 확대 댓글+4 칠성 01.22 279
1040 육군 7사단 김덕신 상사, 개인헌혈 300회 달성 댓글+4 칠성 01.14 307
1039 육군 7사단, 혹한 속 새해 첫 통합화력 훈련 댓글+4 칠성 01.14 398
1038 산천어축제 산천어 안전, 축제장 화천천 수질 청정 댓글+3 칠성 01.08 314
1037 육군 7사단 칠성 전우회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금 기탁 댓글+6 칠성 2024.12.16 567
1036 화천 7사단 출신 이석훈 댓글+5 칠성 2024.11.26 579
1035 금융투자협회, 국군 칠성부대 방문해 위문금 전달 댓글+2 칠성 2024.11.13 422
1034 육군, 한-호주 연합...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서 첫 훈련 실시 댓글+5 칠성 2024.10.30 474
1033 초유의 대리 입영 사건 댓글+5 칠성 2024.10.22 683
1032 대구 달서구, 건군 76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유공자 무공훈장 전수 칠성 2024.10.15 437
1031 화천군 7사단 칠성 페스티벌, 오는 4일까지 상서면 산양리에서 개최 댓글+1 칠성 2024.10.08 802
1030 육군 과학화전투 경연대회…'실전 방불' 댓글+1 칠성 2024.09.19 642
1029 '명절에도 나라 지키기' 군 간부 명절 휴가 사용률 보니 20% 미만 칠성 2024.09.19 550
1028 한국전쟁 참전 유공, 고 김태식 병장 유가족에 훈장 전수 댓글+5 칠성 2024.09.11 622
1027 육군 7사단 주최 '2024년 상승칠성 군악연주회' 댓글+3 칠성 2024.09.11 857
1026 문학의 손길로 남북 분단의 아픔을 보듬다 칠성 2024.08.13 635
1025 '호국영웅 가족의 품으로'…육군 36사단 평창서 유해발굴 개토식 댓글+1 칠성 2024.08.13 668
1024 남구, 6·25참전유공자 유족에 화랑무공훈장 전수 댓글+2 칠성 2024.08.07 568
1023 의령군, 6·25 참전 용사 유족에 화랑무공훈장 전수 댓글+1 칠성 2024.08.07 690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153(1) 명
  • 오늘 방문자 1,259 명
  • 어제 방문자 3,215 명
  • 최대 방문자 10,850 명
  • 전체 방문자 2,776,577 명
  • 전체 게시물 104,036 개
  • 전체 댓글수 61,387 개
  • 전체 회원수 3,227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광고 / ad
    Previous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