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년 맞는 최전방 GOP의 하루]
칠성소식

[정해년 맞는 최전방 GOP의 하루]



 (화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저물어 가는 2006년 병술년 연말과 다가올 2007년 정해년은 우리가 지킨다"

병술년 연말을 10여 일 앞둔 최근 강원도 화천군 동부전선 칠성부대 최전방 GOP소초.

지난 3월 GOP 경계근무 임무를 부여받고 10여 달 째 폭설 및 강추위와 싸워가며 비무장지대 적막한 산하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곳 최전방 소초 장병에게 연말 송년회로 들뜬 사회 분위기는 말 그대로 사치에 불과했다.

아무도 올 수 없는 곳, 아무도 갈 수 없는 고립무원의 땅인 최전방 GOP에서 철통경계 근무에 임하고 있는 이들 장병의 눈빛에는 연말연시가 다가올 수록 비장함이 서려있다.

이날도 GOP 대대 소초원들은 BMNT(Beginning Morning Nautical Twilight:해뜰 무렵) 시각에 맞춰 기상해 경계근무 전원투입에 앞서 군장 검사를 마친 뒤 각자의 근무지에서 GOP의 아침을 맞이한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1시간 가량의 경계근무를 마친 소초 대원 중 일부는 막사(생활관)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 뒤 다음 근무 시간까지 잠깐의 휴식을 취한다.

이 때 겨울철 폭설 등으로 먹이가 부족해진 멧돼지 일가족이 눈 덮인 동부전선 GOP소초 인근으로 몰려와 대원들이 남긴 잔반으로 배를 채운다.

적막한 고지에서 경계근무에 여념이 없는 대원들과 배고픈 야생 멧돼지 일가족은 이미 서로 외로운 심사를 덜어낼 수 있는 공생관계다.

신천무 이병(24)은 22일 "처음 멧돼지를 봤을 땐 우는 소리만 들어도 겁이 났는데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자주 보다 보니 이제는 같은 부대원인 것처럼 친근하다"며 요즘은 멧돼지 가족을 보는 것이 하루 중 유일한 즐거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 이병은 "돼지는 복을 가져다 주는 동물인 만큼 멧돼지 일가족이 우리 부대원의 안전을 지켜주고 행운을 가져다 줄 거라고 확신한다"며 "내년 돼지띠 해를 맞아 부대원들과 함께 더욱 더 철통경계에 만전을 기하겠다"

멧돼지 일가족이 아침식사를 끝낼 무렵 잠시 동안의 휴식을 마친 소초 대원들은 보급로 정비 등 하루 일과를 한 뒤 곧바로 EENT(End of Evening Nautical Twilight:해질 무렵) 시각에 맞춰 야간 경계근무 전원투입 준비에 나선다.

최전방 GOP의 하루를 마감하는 일몰 전 경계근무 전원투입 시간.

적막감만이 감도는 어둠 속 비무장지대를 응시하며 경계근무에 여념이 없는 소초대원들의 눈빛은 어느 새 긴장감과 비장함 마저 느껴진다.

이들은 오늘도 한반도의 허리를 붉게 비추고 있는 투광등 불빛 아래서 적막한 최전방 GOP의 밤을 뜬 눈으로 지샌다.
jlee@yna.co.kr

(끝)
동영상 : http://pandora.tv/my.yunhap/3068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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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꼭 칠성부대가 나옵니다. 그런데 "돼지 해"가 들어가서 꼭 "정해년"이 정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년 같아서 뉘앙스가 묘합니다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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