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징후 탐지 3분만에 출동… 진지 점령하고 철책 정밀점검
칠성소식

이상 징후 탐지 3분만에 출동… 진지 점령하고 철책 정밀점검

▶ ‘상황조치훈련’ 매일 1회 이상 실시
▶ 반복 훈련통해 철통 경계태세 유지
▶ 광망·열상감시장비·고성능 카메라 등

▶ 중동부전선 첫 첨단 경계시스템 도입
▶ 관측소 오르면 북측 감시초소 한눈에
▶ 경계실패 한건도 없는 사단으로 유명

이상 징후 탐지 3분만에 출동… 진지 점령하고 철책 정밀점검

육군 7사단 장병이 GOP 초소에서 망원경으로 북측 지역을 살피며 경계 작전 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광망 절단 상황 발생! 초동 조치조 지금 즉시 출동!”

겹겹이 둘러싸인 산골짜기 사이로 매섭게 불어오는 칼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던 지난달 23일 오후 2시 육군 7사단 멸공대대 00소초 상황실. 비상 상황을 알리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배치훈 소초장(소위)의 다급한 출동 명령이 마이크를 타고 소초 내에 울려 퍼졌다. 대기 중인 초동 조치조는 번개 같은 속도로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사격 지원 진지를 점령하고 철책에 설치된 감시 시스템인 ‘광망’ 절단 구간 주변에 있을지 모를 위험 요소부터 매의 눈으로 확인했다. 이상 없음이 확인되자 경계 인원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상하좌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철책 정밀 점검에 들어갔다.

뒤이어 도착한 부소초장과 기동타격대는 한층 정밀한 철책 점검과 광망 절단 부위 파악 및 원인 분석에 착수하고 후방에는 예비분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주요 지점에 있는 종심 차단 진지를 차례로 점령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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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1초라도 더 빠르게 이상 징후 지역으로 달려가 부여된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로 숨가쁘게 달려간 장병들의 얼굴에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의 칼바람이 무색하게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다.

이날 비상 상황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멸공대대 00소초의 광망 절단·절곡 ‘상황 조치 훈련’이다. 절단 위치와 철책 이상 유무, 사람의 인위적인 흔적과 감시 카메라 녹화 영상 등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대공 혐의 가능성은 없고 산짐승에 의한 광망 절단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소초장이 곧바로 상황 조치 결과를 대대 지휘통제실에 공유하는 동시에 상황 전파 수단으로 상급 부대 및 타 부대에 전파하면서 훈련은 마무리됐다. 물 흐르듯 매끄럽고 빠르게 펼쳐진 작전은 평소 수없는 반복 훈련을 통해 습득한 모습인 듯 인상적이었다.

일반전초(GOP) 경계 부대인 멸공대대는 GOP 경계 작전 간 발생할 수 있는 복잡·다양한 상황들을 ‘사례 연구(Case study)’ 방식으로 숙달하기 위해 이 같은 상황 조치 훈련을 매일 1회 이상 실시하고 있다.

비상 상황 조치 훈련을 지휘한 배 소초장은 “중동부전선 최전방 중 가장 중요한 지역에서 복무한다는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혹한의 날씨에도 부대원들 모두는 철통 같은 경계 태세를 유지해 빈틈없는 GOP 경계 작전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00소초는 7사단 내에서도 험준한 곳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소초 오른편으로 강이 흐르고 왼편으로 산봉우리가 우뚝 솟아 경사도가 절벽 수준에 가깝다. 철책은 최대 70~80도 경사면을 따라 펼쳐져 있다. 이곳 소초원들은 매일같이 이러한 경사면을 오르내려야 한다.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영화 ‘아저씨’ 주인공인 원빈이 7사단에서 군 복무 중 경계 근무에 나섰다가 인대 파열 사고로 의가사 전역한 것으로 알려질 만큼 험난한 경사의 산악 지형이다. 일례로 70도가 넘는 급경사 계단은 두 발로 오르기 어려워 손을 짚어가며 올라야 해 ‘네 발 계단’이라는 별칭이 붙은 철책도 있다.

기자도 실제 얼마나 험준한지 경계 근무를 체험해 봤다. 그러나 전제 조건이 붙었다. 10㎏에 달하는 방탄복과 헬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 ‘체험 장비’가 아니라 유사시 대비 때문이라는 경고에 비무장지대(DMZ)는 ‘여전히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철책 진입로에 설치된 무릎 높이의 306개 계단을 오를 때부터 이미 다리가 후들거리고 절반가량 올랐을 뿐인데 쌀쌀한 날씨에 등줄기에는 땀이 흥건했다. 동행한 부소초장은 야간 투시경·통신장비·우의·비상식량 등이 담긴 전투 배낭을 메고도 전혀 힘든 기색 없이 계단을 오르는 대조적인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렇게 매일 수집된 북한 동향은 화상회의와 상황 전파 수단, 군 스마트폰 등을 통해 지휘부에 일사불란하게 전파된다고 한다. 

이상 징후 탐지 3분만에 출동… 진지 점령하고 철책 정밀점검

육군 7사단 멸공대대 소초 장병들이 비상 상황 전파로 이상 징후 철책 지역으로 신속하게 출동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


7사단은 중동부전선 최전방 중 가장 험준하고 체감온도가 서울보다 영하 5도 이상 낮은 산악지형에서 GOP 경계 작전을 펼치는 부대로 유명하다. 부대 이름에는 ‘상승칠성(常勝七星)’이 붙여졌다. 00소초 방문을 위해 거쳐야 하는 멸공대대 관측소(OP)까지 올라갈 때는 그야말로 생고생 자체였다. 접경 지역임을 알리는 민간인출입통제선(CCL)을 통과한 뒤에도 20여 분간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 했다. 타이어를 자꾸 튕겨내는 얼어붙은 시멘트 길을 군용 지프 차량으로 질주해 해발 800m에 위치한 대대 본부에 도착했다.

군사분계선(MDL)까지 거리가 1∼2㎞ 정도에 불과한 OP 앞으로는 3중 철책선이 설치돼 있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양쪽 군대는 2㎞씩 후퇴해 있어야 하지만 북한이 1968년 협정을 어기고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철책을 설치해 이후 우리 군도 철책을 전진 배치했다.

OP에 오르자 안개가 차츰 걷히고 북측 시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 북한군 감시초소(GP)는 맨눈으로도 보일 만큼 가까워 당황스러웠다. 망원경으로 보이는 북한 GP 옆으로 인공기가 나부꼈고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는 담배라도 피우려는 듯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왔다가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여기가 정말 최전방이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GOP 주변 곳곳에는 철책 경계의 핵심인 광망을 통한 감지 장비를 비롯해 군의 ‘눈’ 역할을 하는 고성능 카메라 등 감시 장비도 설치돼 있다. 2023년 봄에 건조한 날씨로 산불이 발생하자 당황한 북한군이 남측으로 전진해 금성천의 물을 길어 불을 끄려 했을 때 군은 이를 즉시 포착해 돌아가라는 방송을 하기도 했다. 카메라의 해상도는 상상 이상으로 북측 초소에서 한 북한군이 하급 병사로 추정되는 인물을 구타하는 장면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정도다. 해프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평소와 다른 북한군 움직임에 순간 장병들은 한껏 긴장하며 북측 움직임을 주시한다고 전했다.

광망, 열상감시장비(TOD), 고성능 카메라 등을 활용하는 철책 경계는 최전방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달라진 풍경이다. 철책은 촘촘한 광망 센서로 둘러싸여 있어 철책을 살짝만 꼬집어도 영상감시병들이 있는 지휘통제실 서버로 곧장 이상 신호가 전달된다. 이런 탓에 새나 오소리, 화천 일대에 집단 서식하는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급인 산양이 철책을 자주 건드려 장병들의 비상 상황 조치가 빈번해졌다. 7사단은 중동부전선 최초로 2015년 7월에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행히 육군이 2006년부터 서부전선을 시작으로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장병들이 야간에 직접 경계 근무를 서는 초소는 대폭 줄었다. 근무에 투입되지 않은 장병들은 후방 부대원처럼 독서를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예전 같으면 병사들이 모든 경계 초소를 점령하고 철책을 따라 걸으며 눈으로 감시해야 했지만 이제 수십 대의 고성능 카메라 등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DMZ 일대를 24시간 지키고 있다.

멸공대대 문광종 대대장(중령)은 “최전방 GOP 대대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최전선에 있는 부대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1%의 선택 받은 장병들만 근무할 수 있는 부대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언제나 어떤 상황에서도 빈틈없는 GOP 경계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24시간 완벽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7사단은 1949년 6월 부대 창설 이후 단 한 건의 경계 실패 없이 완전 작전을 이어가는 최전방 유일한 GOP 사단이다. 6·25전쟁 북진 시 평양에 최선두로 입성해 당시 김호규 대위가 김일성종합대학 옥상에 태극기를 게양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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