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업그레이드 하는 軍<31> - 영국 영주권 미루고 자원 입대 육군7사단 포병연대 강태화 하사
이주석(82.02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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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8 16:29
2011년 09월 28일 기사 인쇄
국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해 굳이 군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진입대해 당당히 병역을 이행하고 있는 자랑스런 젊은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국외 영주권을 갖고 있는 젊은이 가운데 최근 5년간 816명이 자진입대제도로 입영신청을 해 지난달 말 현재 657명이 입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와는 반대로 병역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우리 국적을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영주권 포기 자원입대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강태화 하사가 훈련 전 망 개통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부대제공
육군7사단 포병연대 통신과 강태화(26) 하사는 영국 영주권을 뒤로 미루고 고국으로 돌아와 군 입대해 ‘올바른 대한민국 청년상’을 보여줬다.
2004년부터 6년 동안 영국에서 유학한 강 하사는 영국 정부가 예술인에게 부여하는 특별영주권(5년 이상 거주 시 가능. 단 투표권은 제한)을 취득할 수 있었다.
굳이 군대를 가지 않아도 되지만 과감히 국방의 의무를 선택했다.
“꿈을 위해 유학을 갔지만 한국 국적까지 잃기는 싫었습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군대를 가야겠다는 결심을 먼저 전역한 친구들에게 털어놓자 격려도 많이 해 줬습니다. 군생활 경험담도 들려줘 오히려 호기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고교졸업 후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애니메이션과에 입학한 강 하사는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더 넓은 분야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같은 해 영국 유학을 결심, 영국 런던대학교 순수미술학과(2학년 2학기 휴학)에 입학했다.
2009년 6월 16일 병사로 입대한 강 하사의 주임무는 무선통신병이었다. 유선과 무선, 컴퓨터 관련 통신 장비를 운용·관리하고 무전기ㆍ안테나 등을 정비·수리했다.
예술만 하던 그에게 매일 기계를 접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충실히 완벽한 임무수행을 위해 노력했다. 무선 연결 작업이나 통신용어 익히기가 힘들 때마다 밤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훈련 중에 무전망 개통이 안 됐을 때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차분하게 잘못된 곳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한 뒤 깨끗한 감도로 무전이 터질 때 느끼는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열심히 노력한 만큼의 대가도 뒤따랐다. 2009년 12월 연대 전술평가훈련에서 우수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대장상을 수상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부대 모범병사로 뽑혔다.
올해 4월 15일 병장으로 전역 후 곧바로 전문하사로 전환한 강 하사는 오는 11월 다시 유학길에 오른다.
당초 10월 15일 전역 예정이었지만 11월 연대 전술훈련평가가 있어 전역일을 한 달 미뤘다. 군인으로서 훈련 임무완수는 기본이며 그래서 이 한 달 연장은 너무나 소중한 군생활의 대미라는 게 강 하사의 생각이다.
같은 부대서 통신반장인 강 하사는 현재 유·무선장비 점검과 수리, 훈련간 통신망 개통을 위한 작업을 맡고 있다.
통신망 선로 구축 가설업무도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다.
하사로 군생활을 더 연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강 하사는 “22개월의 군 생활에서 특별한 전우애를 너무 많이 보고 느꼈다”며 “다시 외국생활을 하게 될 텐데 조금이라도 또래와 군대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 전공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그의 영역에서 군대는 ‘우리’ ‘함께’ ‘단결·화합’의 문화가 어우러진 곳이다.
그곳에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는 강 하사는 군 생활에서 인생의 롤모델도 찾았다고 말했다.
“연대장(윤창식 대령)께서는 높은 자리에 있어도 이병에게 존칭을 쓰고 배려를 해 주십니다. 매일 아침 상황평가회의 때도 전 간부에게 가슴에 와 닿는 좋은 글귀를 들려 주시며 ‘오늘도 즐겁게 일하자’라고 말해 주시죠. 전역 후에도 연대장님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의 가르침을 반이라도 실천하고 싶습니다.”
병사에서 하사 계급으로 바뀌면서 달라진 점도 많았다.
간부가 되면서 무엇보다 국가·안보관, 사명감이 더 커졌다는 강 하사는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지시를 하는 간부로 병사들에게 말 한마디도 조심하고 신중을 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병사 때 마음가짐이 ‘뭐든 할 수 있다’면 하사가 되면서 ‘어떠한 난관이 와도 부딪쳐 이겨낼 수 있다’로 바뀌어 자신감이 더 커졌다고 강 하사는 말했다.
군 생활의 보람 가운데는 자신의 재능을 병사들에게 베푼 것도 들어 있다.
부대 영상편지를 제작하는 것은 물론 틈나는 대로 병사들에게 그림과 영어를 가르쳐 준 것.
윤 연대장은 “강 하사는 임무수행에 있어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것은 물론 궂은 일도 찾아서 해결하는 모범간부”라며 “전역 후에도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국가인재로 많은 일을 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 하사를 호평했다.
강 하사는 “그동안 연마했던 통신기술을 병사들에게 모두 전수해 저의 공백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며 남은 군 생활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혔다.
앞으로 순수미술 공부에 더 매진해 100년이 지나도 세상에 이름이 기억될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강 하사.
“군 입대를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지난 군생활은 제게 너무 큰 기회였고 행운이었습니다. 임무 수행 중에 부딪치는 어려움을 이겨낼 때마다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커져 갔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유학생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금 신성한 국방의 의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제가 너무 자랑스럽습니다.”